100세를 살다가신 울엄마의 일기장을 오늘 꺼내 읽었습니다..
94세에 요양병원에 들어 가셔서 만 6년을 보내시고
새벽 1시경에 주무시다가 편안하게 돌아 가셨습니다.
그게 2년 전이었습니다..ㅠㅠ..
사느라 바빠서 엄마가 남기신 글조차 조용하게 읽어 볼 시간이 없다가
오늘 휴일이라 쉬면서,
일기장을 한 권 꺼내 읽고 있노라니,
엄마의 모습이 아련하게 그립습니다.
눈물 한 움큼 쏟았습니다..ㅠㅠ..
"나는 이 세상 일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라서
세상 돌아가는대로 살고자 하고 아무 말 없이 있어 본다.
결정이 나겠지....
아~~ 세상이여 나에 절절한 소회 누구에게 토해 낼고...
그 날은 언제인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면서 하고싶은 말 다 말을
누구에게 못하고 참고 삭히고 시간은 달린다.
어찌든 그곳으로 따라가야겠지요....
육신은 점점 피골이 상접이고
말라들고 맛치고 쑤시고 저리고 떨리고
주야로 발과 다리는 고통으로 앓고 시간이 너무 지루하고
몸은 만근입니다....."
이렇게 써 놓으셨네요...
100세를 살고싶으세요?
울엄마는 오래 사셔서
제게 엄마를 오래 누리는 행복을 주셨지만,
제가 울아버지 84에 돌아가신 후 15년 가까이
여러 남매들 중에 제가 대구에서 살고 있었기에,
엄마를 돌봐드리고 엄마와 함께하며 지켜보았던 15년이라는 시간은
행복과 고통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시간시간들이었습니다.
저는 오래 살아서 자식들을 힘들게 하고싶지 않지만,
또 한편 엄마를 오래 누리는 기쁨을 자식들에게 주고싶은 마음도 있습니다.
아무도 남은 날을 알 수 없지만,
선택할 수 있다면,
적당한 때에 가고싶습니다.
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에..
너무 오래 세상에 머물지말고 그 나라에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 봅니다.
엄마를 오래 누리는 기쁨에 대해
제가 치뤘던 고통이 너무 컸기에 말입니다...
특히 요양병원에 계시던 6년 동안은...
반찬과 간식과 일용품들을 수시로 챙겨서 엄마를 보러 가곤 하였는데
저는 늘 일을 했고,
틈틈이 늘 공부도 해야했기에
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서
"저의 휴식" 시간이 곧 "엄마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"과 늘 맞물렸습니다.
자식들을 늘 그리워했던 울엄마는
제가 매일매일 오기를 바라셨고
아무리 자주 가도 만족을 못하셨습니다.
이야기하는 것과 이야기 듣는 것, 둘 다 좋아하셨기 때문에
늘 저를 목말라 하셨습니다.
시력도 좋으시고
총기도 좋으셔서
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도 일기를 쓰셨습니다.
일기장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 늘 가득하였고,
때로는 원망과 체념도 섞여 있었습니다.
그리고 하늘 나라에 대한 소망으로 위로받곤 하셨습니다.
어느 날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
폰에 00요양병원이 뜨면서 전화 벨이 울렸고,
제 가슴은 벌써 내려앉아 버렸습니다.
엄마~~~~~~~~~~~ ㅠㅠ
엄마~~~~ 엄마~~~~
엄마는 고요히 누워계셨습니다.
세상 모든 근심 염려를 다 내려 놓으시고
여전히 분홍빛 새각시 뺨을 하고,
평안히 잠들어 계셨습니다.
그 뺨에 입맞춤을 해 드렸습니다... 엄마, 곧 그 나라에서 만나요...
그렇게 울엄마를 보내드렸습니다.
차츰차츰 내 삶의 한 가운데로 돌아오고 있으면서도,
여전히 습관처럼 뇌리에 박혀있던
"엄마한테 가 봐야되는데, 되는데~~~"라는 생각이 떠오르던 어느 날,
어느 순간
저는 화들짝 놀랐습니다!
저를 늘 누르고 있던 태산 바위덩이가 사라진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.
정말 가벼웠습니다.
너무 가벼워서 한참동안 저는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듯 그렇게 지냈습니다.
엄마없는 세상은 세상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.
하루에도 여러 번,
"엄마~~~"를 불러 보면서,
조금은 우울하고 슬픈 채로 지내면서도,
웬지 모를 한없는 자유를 되찾은듯 그렇게 엄마없는 세상에 적응해 가고 있었습니다.
정말 엄마가 보고싶었고,
그리고 엄마께 미안했습니다..ㅠㅠ..
2년여 시간이 흘렀고,
오늘도 여전히 엄마가 보고싶습니다.
그 나라에서 만나요..
편히 계세요..
엄마딸,
블루
* 저는 울엄마가 오랜 세월 동안 쓰신 일기장 몇 박스를 간직하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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